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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에디톨로지

by 마루날 201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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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라는 생각입니다. 우연히도 이 책을 서점에서 살펴보다가 책 구절 중에 비슷한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기쁜 마음으로 구입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자인 김정운 교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감은 아니여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꺼내서 읽어보았습니다. 저자는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이 모든 과정을 편집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에디톨로지(edit+ology - 저자가 만든 단어임)’는 ‘편집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편집이라는 것이 단순한 짜집기나 믹스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주체에 의해 일어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클라우드 오피스 관련 비즈니스를 하면서 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지식을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구성-해체-재구성'이라고 대변되는 에디톨로지가 기업이나 기관의 생산성 활동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자는 창조는 편집('구성-해체-재구성'을 위한 에디톨로지)이라고 하면서 지식을 만들어낼 때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지식을 구성하는 첫 번째 단계이며, 받아들인 자극은 정보를 구성하고 그 정보는 서로 연합하여 지식으로 발전한다고 말합니다.


자극이라는 것이 시작되어야 지식을 만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고 합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장사가 잘될수록,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느라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고 하며, 심지여 자극을 받아들일때도 선택적 자극이나 무주의 맹시와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지식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이며, 구성된 지식은 또 다른 지식과 연결되어 메타 지식이 되는데, 이러한 지식은 다시 계층적 지식과 네트워크적 지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통적인 지식이 계층적 지식이라면 마우스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기가 일반화된 요즘의 지식은 네트워크형 지식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무주의 맹시 실험 예시 : 화면을 보여주면서 패스를 몇 번하는지 세어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화면 중간에 고릴라가 나타난 것으로 못 본다고 함)


관점 및 장소와 관련해서도 원근법의 발견은 객관성의 발견이 아닌, 인식하는 주체, 즉 '주관성'의 발견이라고 저자는 말하면서 어떻게 보느냐,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정보가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공간 편집에 따라 인간의 심리는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서 천장의 높이만 조금 더 높여도 창조적으로 된다고 합낟. (미네소타 대학의 마이어스-레비 교수 천장 높이를 30Cm 높일 때마다 사람들의 문제 해결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것 발견)


그리고, 예비군복만 입어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예비군 훈련을 가면 볼 수 있는데, 예비군복같은 제복은 '심리적 대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군대식 공간 편집이 제복을 통해 심리적 공간 편집으로 이식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또한 개인은 편집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로서 상황이 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나'는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어릴때 친구나 예전 직장 동료들과 이런 저런 옛날 얘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예전의 나를 보면 과연 내가 맞는가 싶을때도 가끔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점은 원래 동양에는 '개인'과 '사회'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근대에 들어서 서양의 정보를 번역하면서 생겨난 단어였다고 합니다. 단어가 없었다는 것은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원래 심리학을 전공하신분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지식, 문화, 관점, 장소에 대한 에디톨로지를 말하다가 마음과 심리학까지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이야기를 쫓아가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준구난방이라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포스팅을 위해서 찬찬히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세상의 지식과 문화 속에  숨어 있는 구성-해체-재구성이라는 구조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식과 문화측면에서 저자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끼고 많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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