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을 하고 나니 작년보다 100만원은 더 토해내게 생겼습니다. 사실 세금을 더 거두었다가 돌려주던 것이, 덜 거두고 나중에 덜 낸 세금 거두어가는 것이니 나름 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만, 당장 내 급여에서 사라지는 돈을 보자니 화가납니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은 처음 믿지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작년에 나라에서 제공했던 복지가 적어도 내가 더 낸 세금만큼까지는 아니여도 뭔가 늘어나거나 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뉴스나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서 사용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5년간 법인세는 5000억원 줄었는데, 근로소득세는 8조 1000억원 늘었다고 합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모 은행은 말도 안되는 광고를 떠나서 기업들에게는 혜택을 주지만 실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기업이 법인세를 감면받는 대신에 돌려준 것도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근로자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만한 투명지갑만 털어가고 재벌로 대변되는 기업은 법인세는 올리지 못합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경기가 살아나서 기업이 잘되면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줄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울화통이 터집니다만, 그런데.. 여기까지 입니다. 가만히 있습니다.
뭐 예전 대학시절처럼 거리에 나설 수도 없고 나선다고 바뀌는 시대인가 싶고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도 바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무력감에 더 화가납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경기침체에 비정규직 문제까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한숨만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 모습에 가까운 옆나라 일본의 젊은이들은 우리와 비슷한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경기 침체,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면 산다고 합니다.
이 책은 끝없는 불황, 비좁은 취업문, 부조리한 사회제도 등의 현실 속에 사는 일본의 젊은이들에 관한 책입니다. "일본의 젊은이는 이처럼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왜 저항하려고 하지 않는 겁니까?"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 마틴 파클러의 질문에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습니다만, 오늘날 일본 젋은이들의 생활 만족도나 행복지수는 최근 40년 동안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일본 20대의 약 70%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과거 40년 사이에 15% 만족도가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격차사회다', '비정규직 고용이 증가했다', '세대 간의 격차가 심하다' 등과 같은 비관적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젊은이들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교토대학교 오사와 마사치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지금은 불행하지만, 장차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 지금 불행하다, 불만족하다고 느끼며, 지금 이보다 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라고 말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불행하지만, 언젠가 행보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전 세대의 젊은이들에 비해서 오늘날의 일본 젊은이들은 현재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 경제의 회생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혁명 역시 그리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출처 : http://anarchyinyourhead.com/2007/12/28/frogs-on-preheat/]
그리고 공통의 목표나 삶의 보람을 상실한 시대에 정치에 대해서도 무력감과 무관심을 품게 되었고 결국 '사생활에 파묻혀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제가 보기에 마치 냄비속의 개구리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매티릭스 안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하는 사이퍼같습니다.
한때 일본도 좋은 학교를 들어가면 좋은 회사에 들어 갈 수 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판을 치는 과열경쟁사회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일년에 수십억을 버는 사업가나 연봉이 1억이 넘는 직장인을 비교해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기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 행복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소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것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과 비교해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기준으로 행복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연봉 1억엔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시급 900엔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다른 사람이 같은 편의점에서 시급 980엔을 받는 것과 비교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더 이상 젊은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들어가는 제 입장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일본의 젊은이들인데, 저자는 예전 청년을 예로 들면서 오늘날의 청년을 나무라는 것은 애석하기 그지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는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친구나 동료의 존재감이 매우 커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 '원피스'는 판매부수 누계 2억부를 넘어선 베스트셀러인데, 이 만화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동료들에 대한 헌신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뚜렷한 적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도 그 세계에서 주인공 루피 일행은 끝을 알 수 없는 동료 찾기를 이어갑니다. 한마디로 '동료를 위해서'라고 함께 모험을 떠나고 악당들을 무찌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잘 공감이 되지 않아서 열심히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출처 : http://www.viz.com/one-piece]
지금 여기에 있는 작은 세계 속에서 친구들, 동료들과 살게되면 바깥 세상에 아무리 빈곤 문제가 부상하고 세대간의 격차가 심해져도 젊은이들의 행복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치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수도 높아지고 있고, 사회에 만족하거나 미래에 희망을 품는 젊은 이의 비율도 역시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통계적으로는 사회 공헌을 희망하는 젊은이의 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생활에 만족함과 동시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이며, 어디에선가 그 탈출구를 찾고 있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불끈' 치솟는 기분이 젊은이들을 봉사활동 등에 나서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무언가를 하고 싶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품은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간단 명료한 '출구'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기꺼이 그 문을 박차고 들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계기만 마련되면 기꺼이 행동할 젊은이들이지만, 현실의 일본 젊은이들은 가만히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껏 일본은 경제 성장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달려왔는데, 돌연 경제 성장이 멈춰 버린 상황에서 민주주의 전통이 없는 일본은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도발적인 제목과 생각보다 쉬운 내용으로 쉽게 읽어가지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지금 일본 젊은이의 모습은 불과 몇 년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10년 후 혹은 20년 후, 젊은이가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게 되었을때 입니다.
최근 국제 시장이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6, 70년대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그 시절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젠 그 젊은이들이 급속하게 노령화가 되면서 현 세대의 젊은이들이 그 시절의 젊은이들은 먹여 살려야 합니다.
현재 젊은이들이 10년, 20년 후 예전 시절의 젊은이들을 먹여살리자면 적어도 고용대책과 저출산 대책, 사회보장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시장주의가 지나쳐 시장이라는 플랫폼 자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구조 정비나 시장에 불공정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감시 체계, 그리고 자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안전망 구축'을 당장 국가에서 추진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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