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클래식이 있나요?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갔다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을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그 중에서도 2악장이죠.
5살 아들에게 들려주었더니 '슬프다'고 하면서 '어떤 사람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라고 감상평(?)을 들려주더군요.
'비창'은 피아노 좀 친다는 사람들은 한번씩 연주해 본 곡이고 저도 여러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군대에서 어느 일요일 오후에 들었던 연주입니다.
저는 강원도 화천에 있는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만 26개월을 꽉채워서 군대생활을 했습니다. '이기자'부대는 아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육군에서도 훈련이 많기로 유명한 예비사단입니다.
예비사단이라는 것은 원래 기본적인 사단의 훈련과 함께, 우리 사단 앞에 있는 휴전선 경계를 맡고 있는 사단들의 훈련의 대항군에 군단이나 군단위 훈련에도 빠지지 않기에 일년 열두달중에서 1,2월 정도만 훈련이 없고 나머지 10달은 훈련이 있는 곳입니다.
상병때로 기억하는데 당시 중대 군종병(우리 부대는 연대군종병 외에는 모든 중대, 대대 군종병들이 모든 일과와 훈련에서 열외가 없고 단지 일요일에는 교회/성당/절에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을 수 있었습니다.)이여서 일요일에는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나면 오후에는 저녁 예배까지 중대에 내려가지 않고 연대교회에 있었습니다.
물론 매주 일요일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훈련이라도 잡히면 일요일 오후에 중대에 내려가서 훈련준비를 해야 했기에 일년에 몇 번 밖에 일요일 오후에도 교회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어느 일요일 오후에 교회안에 혼자 앉아서 졸고 있는데 누군가가 피아노로 비창을 연주하더군요.
아...
나중에 보니 탤런트 한인수씨의 아들이 당시에 우리 대대에 근무중이였는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더군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나는데, 일요일 오후에 조그만 교회당안에 울려퍼지는 피아노소리와 창문으로 쏱아지는 햇살을 보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군인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교도소 확성기를 통해서 오페라 아리아를 틀었을때 교도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멈추어서서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을 그 느낌을 느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eniamino814&logNo=60107507150]
음악은 때로는 마법과 같아서 우리의 현실을 잊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더군요.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 되면 그때 들었던 '비창'이 생각나곤 합니다.
여러분에게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음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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