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따라서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도 지식 근로자의 일이라는 것은 지식(정보)을 생산/유통/소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MS 오피스나 아래아한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지식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유통은 문서 파일 자체를 전달하거나 업무시스템에 첨부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문서 파일을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문서뷰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보거나 문서 내용을 출력해서 지식의 소비가 일어난다.
얼마 전까지 업무환경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요인들의 변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이나 스마트 기기 등과 같은 관련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기기들의 보급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시간/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업무 흐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물론, 근로자 처지에서는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이 아닌 24시간 365일 일하게 될 수도 있으니 꼭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업무 환경과 사람들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예전처럼 PC로 문서를 작성해서 출력해서 보여주거나 전달하기보다는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패드와 같은 다양한 기기에서 그리고 오피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신저와 메모 앱에서 바로바로 필요할 때마다 내용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 의견을 나눈다.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오피스 파일을 열고 편집하고 출력하고 보낼 수 있는 클라우드 오피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오피스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진화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개인별로 자신의 PC에 설치하여 사용하던 오피스 프로그램을 그저 클라우드에 올려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오피스(웹오피스라고도 많이 부른다.)는 사용자와 사용자 환경 변화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PC에 설치하던 프로그램을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기존 프로그램에 대한 대체재로서 클라우드 오피스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그리고 스마트기기의 확산은 새로운 기술이 흥미로워서가 아닌 사람들의 경험과 사용행태와 관련된 근본적인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클라우드 오피스도 단순히 대체재니 보완재니 하는 신기술(New Technology)로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기존의 방식과 틀을 완전히 파괴하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클라우드 오피스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1. 생산성 도구 X, 협업 도구 O
군대에 갔더니 컴퓨터 관련 학과를 다니다 왔다고 하니 15페이지 정도 되는 <아리랑>이라는 워드 프로그램 사용자 설명서를 주고는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라고 했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뒤에 50여 장 정도의 16절지 종이에 손으로 적어놓은 내용을 주면서 편집을 시켰다.
사실 PC의 오피스 프로그램은 거슬러 올라가면 타이피스트의 작업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옛날 타이피스트는 하나의 타자기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주는 원고를 받으면 한 장 한 장 타이핑을 했는데, PC의 오피스 프로그램 역시 사용자의 PC에서 설치해서 혼자서 편집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회사의 업무 진행을 살펴보면 한 사람이 문서를 작성하고 끝이 아니라, 작성한 문서의 내용을 공유해서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하여 보완해서 마무리하게 된다. 도구는 1인 사용자용이지만, 사용자들은 협업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미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하나의 파일을 공동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고 있지만, 더는 생산성 도구가 아닌 협업 생산성 도구로서 슬랙이나 야머와 같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협업 기능을 보완하고 협업 도구로 사용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2. 용지가 아닌 화면 크기
앞서 이야기했던 타자기는 용지를 끼워놓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금 오피스 프로그램도 똑같이 인쇄용지를 기준으로 내용을 편집하고 레이아웃을 정리하도록 되어 있다. 인쇄용지에 맞춤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레이아웃의 한계이다. 만약 A4 용지로 작성한 내용을 다른 크기의 화면으로 옮기는 것은 거의 새롭게 만드는 것에 가까운 일이다.
주로 프리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하는 슬라이드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빔프로젝터와 같이 보이는 화면 크기에 맞추어져 편집하도록 되어 있다. 더는 용지에 인쇄해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톱, 빔프로젝터 등의 다양한 크기와 해상도를 가진 기기에서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 맞추어 배율이 조정되고 레이아웃이 변경되는 수준이 아닌, 다양한 크기와 해상도의 화면에 최적화된 편집, 정보 공유, 의견 교환 등이 가능하도록 UX와 UI를 적응형으로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3. 문서 파일이 아닌 컨텐츠 중심
협업이나 용지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표나 특정 단락, 이미지, 도형 등의 컨텐츠 단위로 분리되고 재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당연히 문서 파일이라는 형식을 벗어나야 한다. 이는 결국 MS라는 거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작성한 문서 중 중요한 표나 도식 등과 같이 컨텐츠 단위로 바로 이메일이나 게시판 본문에 삽입할 수 있거나 카카오톡이나 라인, 슬랙과 같은 앱이나 프로그램에서 내용을 바로 함께 수정하거나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문서 파일 형식을 버리고 각종 기기와 앱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유롭게 삽입하고 변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문서 파일이 아닌 컨텐츠 단위로 편집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예를 들어 표를 만들면 필요한 사람이 모두 가져다 사용하고 해당 표의 내용이 업데이트되면 표를 사용하는 다른 모든 기기와 앱, 프로그램에서 함께 내용이 업데이트되도록 컨텐츠 단위로 활용하고 업데이트도 가능하게 되면 비슷한 내용의 문서 파일이 여러 개 생기고 결국에는 너무 많아져서 제대로 찾지도 못하는 상황도 없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지식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클라우드 오피스가 나와 있고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전에 문서를 효율적으로 잘 편집할 것인가에 집중했던 오피스와 달리 클라우드 오피스는 지식을 어떻게 생산할 것이냐는 기본적인 미션과 함께 클라우드 오피스라는 도구를 통해 생산되는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클라우드 오피스의 미래는 오피스, 메신저, 메일의 경계가 점점 더 사라지면서 오피스이면서 메시징 프로그램이 되고 다시 메일처럼 스레드가 생성되는 형태로 클라우드 오피스는 발전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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