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기

평균의 종말

by 마루날 2020. 8. 14.
반응형

평균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 요소 총합을 갯수로 나눈 산술 평균을 생각할 것이다. 평균을 처음 배우는 시기는 초등학교인데, 통계학 기준에서 평균은 일종의 대푯값이다. 산술 평균 외에도 각 요소를 곱한 후 그 값에 루트를 씌운 값인 기하 평균, 각 요소의 역수를 산술 평균한 후 그 값을 다시 역수로 변환한 조화 평균 등 여러 가지 평균값이 있다.

 

통계에서는 평균값을 집단 간 비교를 할 때 많이 사용하는 값인데, 일상에서 사용되는 평균이라는 것은 정상, 상식, 일반 등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뭔가 평균과 다르면 비정상이고 비상식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 같고, 특히나 유교 문화와 군사 독재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획일화나 집단주의처럼 평균이 강요되는 사회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일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서 결국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된 토드 로즈가 지은 책이다. 뭔가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읽지 않다가 리디 셀렉트에 올라왔길래 호기심에 한번 열어보고는 끝까지 읽게 된 책이다.

 

사실 나는 공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포기하고 대학시절까지 수학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매우 부족한 사람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통계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통계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통계는 물론 수학에는 잼병이다. -_-)

 

통계 기법 중에 T-test를 비롯한 여러 가지 평균값으로 그룹이나 집단을 비교하는 방식이 있고, 평균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보니 평균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한계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평균이라고 하는 것에 가지고 있는 오해와 맹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평균에 대한 오해와 맹신의 사례 중 하나가 노르마 대회이다. 이 대회는 미국의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였던 로버트 L 디킨슨 박사가 1만 5천 명의 젊은 성인 여성들로부터 수집한 신체 치수 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노르마(Norma) 조각상과 신체 치수가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회였다.

[출처 : https://sashaarchibald.com/Norm-Norma}

 

이 대회 결과 전체 참가 여성 3,864명 중 9개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평균이라는 개념에 의해서 가려져있던 모든 인간의 특징, 즉 신체 치수의 극도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상상 속의 존재 일 수 있는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1840년대 초 아돌프 케틀레가 스코틀랜드 병사 5,738명의 가슴둘레 치수 자료를 분석하면서 평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20세기 들어서 사회학자나 정책 입안자 대부분이 사람들과 관련된 결정에서 평균을 기반으로 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균주의가 원래 수학을 활용해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던 유럽의 과학자의 연구에서 발전한 것이었지만, 본격적으로  기업과 학교의 주류 조직 원칙이 된 것은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 때문이라고 한다.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의 원리>라는 책을 통해서 시간과 동작 연구기법을 제안하였고 작업들을 필요한 시간과 세부 작업으로 나누고 노동자의 업무나 행동, 도구 등을 표준화시킬 것을 주장하였다.

 

이는 사실상 현재 기업의 조직 및 운영 관리의 기반이 되었고, 저자에 따르면, 테일러리즘은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교육의 새로운 임무는 학생들이 테일러화된 새로운 경제에 나가 활동할 만한 적성을 갖춰주는 일이 되었고 평균적 근로자들로 이뤄진 시스템이 천재들로 이뤄진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라는 테일러식 원칙에 따르면서, 학교는 평균적 학생을 위한 표준 교육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미래의 직장생활에 정신적 준비를 갖추게 하려는 차원에서 공장의 종을 흉내 낸 학교 종을 도입한 것도 이 시기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평균주의에 근거한 기업의 운영은 회사의 직원들이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취급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일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이러한 평균주의가 빚어낸 오류와 한계를 넘기 위해서 인간은 모두 서로 다르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 등 3가지 원칙을 말한다.

들쭉날쭉의 원칙 :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반드시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여려 차원들 사이에 관련성이 낮다는 것이며,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재능이 특히 더 그렇다.

맥락의 원칙 :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떼어서는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으며 어떤 상황의 영향은 그 상황에 대한 개개인의 체험과 따로 떼어서는 규명될 수 없다. 

경로의 원칙 :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는 믿음은 아동 발달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을 속여왔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이기 때문에 교육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인재의 채용과 관련된 부분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테일러리즘에서 말하는 표준화와 위계적 관리에 의존하는 대다수 조직에 팽배해있는 직원들의 무관심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놓친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재능이 있다는 것(들쭉날쭉의 원칙)과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에게 어떤 맥락에서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맥락의 원칙)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인재들을 채용해서 그 사람들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고 정중하게 대우하고 공정하게 경력을 쌓도록 길을 열어주면 뛰어난 성과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곱씹어 볼만 하다. 세상이 점점 개인화되고 맞춤형이 일상이 되면서 기업이나 교육에서도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을 고려한 채용과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채용이나 교육에 고민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반응형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1) 2022.04.01
소년과 개  (0) 2022.03.22
인스타브레인  (0) 2022.03.09
인간의 흑역사  (0) 2020.09.03
정글만리  (0) 2020.07.30
매일 갑니다, 편의점  (0) 2019.12.31
90년생이 온다  (2) 2019.05.13
금속의 세계사  (0)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