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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소년과 개

by 마루날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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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굳이 찾아서 읽을 만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소설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3월 11일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은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 마리의 개의 길고 긴 여정을 통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인을 읽은 개는 전국을 떠돌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도둑을 실어 나르는 운전사 역할을 하던 남자, 대지진 이후 빈집이나 가게를 털던 도둑,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위기가 찾아온 부부, 동거남에게 이용만 당하던 매춘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던 노인, 그리고 영혼의 반쪽 같았던 소년 히카루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 잠깐 키웠던 진돗개가 유일했던 나에게 다몬이라는 개가 소중한 친구였던 소년 히카루를 찾아가는 여정 동안 만나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서 진짜 개를 키우면 저런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이 담담하게 개를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음에 많은 상처를 받았던 사람에게 잠깐이나마 위로가 되어 주었던 개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으로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던 소년 히카루의 마음을 위로하고 웃음을 찾아주고 말을 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를 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지진 이전에 만나고 친했던 히카루라는 소년을 찾아간다는 부분은 가끔 주인 잃어버린 개가 멀리 집을 찾아가는 일이 있으니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히카루를 만나고 심지어 마지막에 아이를 구하고 죽는 장면은 좀 억지스럽고 과장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어렵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라고 마무리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굳이 마지막에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필요했을까 싶은데 이 부분만 뺀다면 정말 괜찮은 내용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이것은 소설을 잘 모르는 저의 생각이고 소설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은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개를 키우시는 분들은 감정 이입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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