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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불편한 편의점 1, 2

by 마루날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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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등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지면 긴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다 보니, 새해 들어서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소설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경제/경영서나 기술서적으로 주로 읽어왔는데, 코로나 직후부터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영상만 보다 보면 바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 세계명작소설류를 읽은 것 외에는 잠깐 <공중 그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몇 개 읽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소설은 청파동 골목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청파동은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동네인데, 숙명여대와 서울역 근처입니다. 청파(靑坡)는 푸른 언덕이라는 이름인데, 이름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소설에도 나오지만 IMF를 거치면서 서울역이 노숙인이 많아지면서 동네 이름과 달리 조금은 어두운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시던 독고라는 주인공이 어느 날 서울역에서 한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주신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곰 같은 덩치를 가진 주인공 독고는 알콜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며 행동도 느려서 처음에는 손님들을 제대로 상대하실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하지만, 의외로 독고는 일을 아주 잘 해내면서 편의점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면서 사장님의 든든한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됩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다른 아르바이트 분들과 편의점에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유머스럽게 때로는 울컥하게 하면서 풀어나가는 소설입니다.  

2편에 보면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주변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변화를 어떻게 하면 잘 맞춰 갈 수 있는지 잘 모르고, 혹시 그 변화를 타고 넘다가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며 걱정하고 겁이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거나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게 걱정이야. 내가 꼰대라 욕먹어도 소신을 지켜야 가게도 가족도 지킬 수 있다 생각했다고... 그렇게 살아왔고.... 그런데 이제 그게 안 통하니 더 겁나고 두렵다고."
...
"거참, 듣긴 하는데 바꾸기 힘들어 그렇다니까. 바꿨다가 잘 안 되면? 망하면? 누가 책임질 건데? 아내가? 아들이? 아님 자네가 책임질 거야?"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면 1+1이나 2+1을 찾아서 사 먹고 심지어 편의점 앱을 설치하고 포인트까지 적립하면서 나름 편의점 단골 고객 입장에서 이런 불편한 편의점에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2권을 읽다 보면 1권으로 끝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혹시, 관심이 생기신다면 1권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편의점 사장님이 6년 동안 있었던 글을 모은 <매일 갑니다, 편의점>도 권해드립니다.

 

2019.12.31 - 매일 갑니다, 편의점

 

매일 갑니다, 편의점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은 대부분 마트보다 비싸지만, 동네에 있는 마트(대기업 마트 아닌)에서 파는 서울 우유 가격이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파는 우유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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