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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by 마루날 2009.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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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하우스코리아는 꽤 괜찮은 책들이 많이 출판하는 곳입니다. 읽게 된 책들 중에서 괜찮은 책들이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을 우연히 얻어서 읽게 되었는데, 왜 야성적 충동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말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친절하게도 왜 야성적 충동을 이야기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케인스는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믿는 것처럼 경제가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거래에 합리적으로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돌아간다고 보지 않았다. 케인스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야성적 충동’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비경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동기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케인스의 시각에 따르면, 이 야성적 충동은 경기 순환과 비자발적 실업의 주된 요인이다.
(중략)
부모의 적절한 역할이란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야성적 충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역할은 정부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케인스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본문중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야성적 충동이란

1. 자신감

저자에 의하면, 경제학자들은 자신감을 믿음이나 기대를 뜻하는 부분적인 의미만 취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겪게 되는 상투를 잡는 일 (즉, 거품임에도 거품으로 보지 않고 상승기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행동들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자신감이 과신을 넘어서 믿음이나 기대가 되는 순간 거품을 만들기도 하고 폭락을 경험하게도 되는 경제현상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2. 공정성

폭설이 내린 후 철물점이 눈 삽의 가격을 올렸다면 공정한 일일까? 기초적인 경제학에서는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기에 의미 없는 질문이지만, 실제 이 질문에 응답한 사람의 82%는 불공정하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보면 이런 비슷한 경우에 대다수의 철물점은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공정성에 대한 고려가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3. 부패와 악의
 
2001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경기침체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엔론 사태로 대표되는 기업의 부패 스캔들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기업의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과의 담합으로 덮어두었다가 부도가 되었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가짜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았고 그것을 사먹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가짜 약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약을 갔다 버리는 상황이 2001년 주가 폭락을 통해서 재현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4. 화폐 착각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화폐는 ‘교환과 가치저장, 가치척도의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이 화폐의 가치라는 것이 물가가 오르면 가치는 낮아지고 물가가 내리면 높아집니다. (요즘 흔하게 하는 말로 만원 가지고 나가서 살 것이 없다는 얘기의 경우)

경제 주체들이 화폐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는데요. 화폐 착각에 빠지게 되면 실질 소득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명목 가치(액면가)에만 집착해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5. 스토리

기억은 이야기를 둘러싸고 구성된다고 합니다. 진실여부에 관계없이 들은 이야기가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에 떠돌아다니는 여러 가지 소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게 되면 경제 주체들 모두 진실여부에 관계없이 이야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경제행동의 원인을 소비자의 심리에서 찾는 것인 행동경제학입니다. 이 책 역시도 야성적 충동을 이야기하면서 불황, 실업, 금융시장의 변동, 부동산시장의 부침, 빈곤의 대물림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어떻게 야성적 충동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합니다.

물론 모든 경제활동과 결과들이 한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기능은 더 이상 경제 전반을 설명하고 관리하기에 적합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30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5번 정도를 읽어서야 겨우 저자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은 책입니다. 물론 제가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공대 출신이기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렵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스터리 같았던 경제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와 안목이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더불어 현재의 경제위기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시장주의 경제한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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