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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녹나무의 여신

by 마루날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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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추리소설보다는 일반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19편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올해 초에 우연히 녹나무의 파수꾼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2024년이 다가는 시점에 다시 녹나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2024.01.31-녹나무의 파수꾼

 

녹나무의 파수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나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그분의 유족들이 자주 하는 말이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표현입니다. 이는 고인의 마지막 뜻, 유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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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101번째 소설로서 <녹나무 파수꾼>의 후속작으로 월향신사의 녹나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녹나무는 일종의 매개체인데요. 초하룻날과 보름날 밤마다, 녹나무 동굴 안으로 들어가 녹나무에 염원을 새기면 그 가족 중 한 명이 염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파수꾼’입니다. 주인공 레이토는 이모인 치후네의 뒤를 이어 새로운 녹나무 파수꾼이 되고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염원을 남기러 온 손님이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며칠 뒤, 월향신사에 형사가 갑자기 찾아오며 한 집에 두 명의 절도범과 강도범이 연이어 침입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녹나무와 관련된 시집을 대신 팔아 달라고 부탁하는 고등학생 소녀 유키나와 자고 나면 기억을 잃는 병을 앓고 있는 중학생 소년 모토야가 녹나무 이야기를 그림 동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생기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잔잔하지만 따뜻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기억을 잃는 모토야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기억해야 하는 일을 남기고 기억해야 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놓습니다. 실제로 있는 병인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특정 기간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에게 얼마나 괴로운 일이진 상상이 안됩니다. 이모인 치후네도 인지 기능 저하가 점점 심해지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모든 질병이 사람을 괴롭게 하지만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녹나무 여신의 그림동화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인공 레이토 이전의 녹나무 파수꾼이었던 치후네의 낭독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였지만 녹나무가 단순한 기념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아니라 여신으로서 녹나무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지금까지 두 권에 걸쳐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녹나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던 부분도 좋았습니다.

생애 최고로 행복한 날을 기억하고 싶었던 모토야는 녹나무에 낭독회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해 놓습니다. 원래 녹나무는 염원을 새겨 놓은 사람이 다시 그 염원을 받게 되면 녹나무에서는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는 받을 수 없게 되는데, 모토야는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행복한 날을 다시 추억하며 죽어갑니다. 

왜 작가는 녹나무를 통해서 이 소설에서는 '기념'이라고 하는 어떤 한 사람의 마음속에 기억하는 모든 것을 이어주고 넘겨주는 것을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토모야의 마지막 순간을 보면서 결국 인간으로서 존재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기억, 내가 겪은 일들의 기억의 축적된 결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인생의 가장 밝고 멋진 순간을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고 하는 것들이 쉬워졌는데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2024년을 녹나무로 시작해서 녹나무로 끝내는데요. 2025년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 무엇보다 가장 밝고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고 또 잘 저장해 두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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