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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자랑스러운 친구이야기

by 마루날 2008.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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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서열문화가 존재하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의 능력보다는 '스펙'이라 부르는 간판을 중요하게 여긴다.

언젠가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교 출신이냐가 중요했지만, 고등학교를 소위 '뺑뺑이'로 들어가면서 부터는 어느 대학교 출신이냐고 앞으로의 긴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가 우리나라이다.

뭐 SKY라 불리우는 대학을 나오면 하늘을 날라 다니느냐? 그런게 아니라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긴 인생에서 단 한번의 시험으로 앞으로의 인생이 영향을 받는 것 처럼 불합리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지방 사립대 출신으로서 하소연이 길었다.

지방에 있는 구미전자공고와 대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성훈(36) 씨가 최근 홍콩과학기술대학의 조교수에 임용돼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씨는 7일 "내년 1월1일 홍콩과기대 컴퓨터공학과에 한국인으로서 처음 조교수로 부임한다"고 연합뉴스에 알려왔다. 그는 2006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CSAIL(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박사 후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의 버그 예측과 예방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조교수 부임에 앞서 서울대에서 6개월 코스로 박사 후 과정을 더 밟기 위해 1일 방한한 김 씨는 "연구도 계속하면서 이화여대에서 가을학기 시간강사로 일할 계획"이라며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대 컴퓨터 응용연구실(현재 임베디드 시스템 연구실) 소속으로 세계 최초의 한글 로봇 검색엔진인 '까치네'(1995년)를 개발한 그는 벤처업체인 (주)나라비전에서 6년간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근무했다.

2000년 3월 미국으로 건너간 김 씨는 캘리포니아대(UC) 샌타크루즈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소프트웨어 공학분야의 최고 학회인 ICSE(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ftware Engineering)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김 씨는 "저의 조교수 임용 사례가 실업계고교와 지방대 학생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홍콩과기대는 영국의 '더 타임즈'가 2007년 발표한 세계 우수대학 공학계열 23위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학은 현재 컴퓨터 공학과에 316명의 대학원생과 44명의 교수진이 있다.

그는 미국 주립대학 2곳과 캐나다 대학 등에서도 임용 제의를 받았다

[출처 : 미디어다음 ]

성훈이는 연구실 동기이다.

이 친구와는 여러 가지 일들이 엮인 관계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여유있게 농담거리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일들이였지만, 한때는 서먹서먹하게 느껴질 정도였던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지금 이 친구의 아내도 같은 연구실 후배였는데, 언젠가 겨울에 연구실 멤버들 모두 축구를 하다가 내가 공을 잘 못 차서 이 여자 후배의 얼굴을 몇 바늘 꼬매는 사건을 저질렀다. 으으.. 한동안(아니.. 몇 년동안) 이 친구의 눈이 너무 무서웠다. -_-;;

성훈이는 기사에 보도된 대로 한국 최초의 로봇에이전트 기반의 검색엔진, '까치네'를 개발했던 주역이다. 또 다른 친구인 종백이와 둘이서 전산소에서 밤을 새가면서 만들었던 친구이다. 나중에 사업화를 하면서 내가 대표를 맡아서 말아 먹었지만...OTL

정말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였는데, 작은 키가 작아보이지 않는 작은거인같은 친구이다.

지난 주말에 연구실 OB모임인 해암회 정기모임에서 2000년 미국에 간 이후로 처음 얼굴을 보았다. 그때보다는 살이 좀 빠진 모습이였지만, 여전히 썰렁한 유머가 어울리는 유쾌한 친구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방 사립대라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한계를 넘어서도록 끊임없이 우리들 모두를 격려해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교수님과 이런 훌륭한 친구를 둔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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